초목이든, 날아다니는 새든, 기어 다니는 짐승이든,
미물곤충이든 만유 생명체의 유전인자라 하는 것은 절대로 바꿀 수가 없다. 진달래꽃도 천 년 전의 진달래꽃이고, 할미꽃 도라지꽃도 천 년 전, 만
년 전의 그 할미꽃, 그 도라지꽃이다.
비천한 쇠똥구리로 예를 들면, 쇠똥구리는 쇠똥을 먹고 사는 엄지손톱만한 까만 벌레다. 그
쇠똥구리가 쇠똥을 뭉쳐서 앞발로 땅을 딛고 뒷발로 쇠똥을 둥글려 어디론가 가다가 모래밭같은 정착할 수 있는 적지(適地)를 만나면 암수가 같이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거기서 새끼를 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취재한 걸 봤는데, 얼마 후에 그 새끼가 쇠똥에서 나오더니 단번에
어디론가 날아간다. 그 새끼가 한참을 날아가더니, 어디 쇠똥 근처에 가서 앉는다. 쇠똥 근처에 가서 앉았으니 쇠똥 찾기가 쉬울 것 아닌가.
그렇게 해서 쇠똥을 찾은 쇠똥구리는 또 제 어미 아비가 하던 대로 쇠똥을 굴리며 어디론가 간다. 새끼를 치러 가는 것이다. 쇠똥구리는 그것을
천년만년 되풀이해서 오늘에 이르렀고 또한 앞으로도 그것을 천년만년 되풀이할 것이다.
만유의 생명체가 그 쇠똥구리와 같이 본래의 제
생긴 모습, 제 생활 모습을 천지와 더불어 영원히 되풀이할 뿐이다. 그렇게 생물의 유전인자라 하는 것은 절대로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그 유전인자가 변형이 된다면, 이미 그 종자가 아니고 다른 종자가 되어 버린다. 그 종자가 멸종돼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유전인자라 하는 것은 다시는 재생시킬 수가 없다. 한 번 이 우주 공간에서 멸종이 되면 그것으로 끝이 나 버린다.
[춘생추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