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神敎)와 증산도

종교의 의미

1. 정신세계와 물질세계의 신비

조화주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인간을 내실 때 두 가지 신비를 깨치라는 명을 주셨습니다. 그 하나는 인간 자신에 대한 신비를 푸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 삶의 무대이자 생명 활동의 바탕인 하늘, 땅, 대자연의 신비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본능적인 호기심으로 인간의 신성과 자연 현상의 신비를 탐구하며 종교와 과학 이라는 진리의 두 금자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일찍이 공자는 '근취저신(近取諸身)하고 원취저물(遠取諸物)하라'(『周易』 계사전)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우주 신비의 전 면모인 하느님의 오묘한 존재 섭리를 가까이는 자신의 몸에서 찾고, 멀리는 자연 만물을 바라보면서 주(인간), 객(우주 자연)을 동시에 간파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 원리를 풀려면 우주의 신비를 알아야 하고, 우주의 깊고 깊은 존재 섭리를 가까이 다가가려면 그러한 원리가 압축 투영되어 있는 인간 자신의 신비를 알아야 합니다. 대우주가 처음 열릴 때, 하느님은 상대적인 두 기운인 음과 양이 서로 조화하여 창조, 변화하는 태극 세계를 열어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나는 무엇이며, 우주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궁극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정신과 물질, 양면의 신비를 파헤치며 분투하는 것입니다.

 

인류 창세 역사의 황금 시절 이후 동서 문명이 분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은 대국적으로 정신세계의 신비는 동양(陽)에 , 물질세계의 신비는 서양(陰)에 맡기셨습니다. (동도서기). 그리하여 동양의 정감적이고 직관적인 지혜는 종교를, 서양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지성은 과학을 낳았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종교와 과학이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인류 문명을 일궈나가는 두 축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2. 종교가 전한 가르침

 

 

인간의 삶속에는 슬픔과 기쁨 사이를 오가는 영원한 운명의 시계추가 있습니다. 이 시계추가 희비의 양극단을 오갈 때 인간은 실의에 빠져 밀려드는 고독과 흐르는 눈물로 인생을 단련시키기도 하고, 환희와 삶의 보람으로 가슴에 멍울진 아픔을 씻어 내기도 합니다. 기쁨과 슬픔은 태초에 하느님이 내려 주신 고귀한 선물입니다.

 
인간은 한평생을 살면서 몇 번쯤은 운명의 쇠망치에 얻어맞고 슬픔과 충격 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인생이 뼈아픈 좌절과 허무에 빠졌을 때 스스로 던지는 가장 진실되고 절박한 물음은 ‘도대체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숨결이 멎는 순간까지 후회하지 않고 가장 값지게 사는 길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인생의 근본문제에 해답[道]을 열어주는 것이 종교입니다.

 

'종교를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은 이미 종교적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라는 낯선 길을 가면서 본능적으로 이 세계의 신비와 자신의 운명,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풀기 어려운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기성 종교가 전한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생의 근본을 깨닫고 스스로 새로워지라는 것입니다.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영혼은 생명의 빛을 찾아 변화하고 육신은 성결(聖潔)하게 되어 마침내 영원한 우주생명의 근원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구원받는 영원한 생명의 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기성 종교는 불멸의 생명의 조화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한 구도의 기본자세로서 강인한 '믿음과 실천'을 외쳐 왔습니다. 오직 정성과 믿음, '일심'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 속으로 들어설 수 있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이 일심 자리는 천지와 나, 즉 주객이 하나로 녹아떨어진 조화 경지입니다.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열리는 이 절대 순수의 일심자리가 바로 하느님의 마음자리 입니다. 인간이 천지일심 자리에 머무를 때 비로소 신묘한 조화 세계가 열리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대광명이 밝게 비쳐 옵니다.

 

  *종교(religion) : 현재 '종교'라는 말은 불교, 기독교, 유교 등의 개별 종교들을 총칭하는 유(類)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명치)시대에 서양의 'religion'의 번역어로 쓰이게 되면서 일반화된 것이다. 그러나 원래 종교는 '부처의 근본이 되는 가르침'을 의미하는 불교용어다. 서기 600년경 중국의 천태산지자의 저서 '법화현의'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종(宗)은 부처가 직접 설법해 놓은 것이고, 교(敎)는 이것을 알기 쉽게 강해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서양의 'reiligion'을 번역할 때 동양에는 이에 해당하는 용어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 학자들이 '릴리전'을 불가에서 쓴 '종교'라는 엉뚱한 말로 처음 번역 하였던 것이다. 본래 '릴리전(religion)'의 어원은 라틴어의 'religio'로 재결합이라는 뜻이다. 즉 죄를 지은 인간이 쫒겨났다가 다시 돌아와 신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의 릴리전이 본래 앞에서와 같은 뜻을 가진 불교의 종교로 번역된 것이다. - 증산도 도전(道典) 초판 측주 인용 -

 

 

 

아득한 예로부터 인류는 천지 만물에 깃든 신령스러움을 체험해 왔습니다. 특히 동방 한민족은 신에 대한 영적 체험과 믿음을 인류 시원의 원형문화인 '신교 문화'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신교는 본래 '이신설교'라는 말고 '신의 가르침으로 나와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한민족은 대우주 생명력의 본체인 조물주를 '삼신'이라 불러 왔습니다. 그 까닭은 조물주 일신이 현실계에서 3수의 구성 원리에 의해 낳고(조화), 기르고(교화), 다스리는(치화) 세 가지 신성의 손길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유불선 삼도는 삼신의 세 본성에 따라 인류사에 펼쳐진 제2의 모체 종교입니다.

 

신(일신)의 '3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신교를 인류 문화의 뿌리가 된 '제1의 원형종교'(뿌리문화)라 한다면, 하느님께서 친히 '생명의 존재 원리'에 따라 지상에 보내신 공자, 석가, 노자, 예수가 인류를 교화하기 위해 펼친 유,불,선,기독교(서선)는 세계 문명의 원형 종교인 신교에서 분화한 '제 2의 종교(줄기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3. 종교로 다가가는 과학

 

대자연의 신비를 풀고 인류 구원을 성취하는 또 다른 길은 과학입니다. 그러면 과학은 어떤 세계를 추구해 왔을까요?

인간은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법칙'을 찾아 왔습니다. 그리하여 가설을 설정하고 자연에서 보고 관찰한 경험을 통해 이를 검증함으로써 합리적인 법칙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이처럼 자연을 탐구하고 분석하여 체계적인 법칙과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우주의 신비와 그 변화 현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 왔습니다.

 

현대 문명은 과학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인간의 사고와 삶의 질도 놀랍게 진화했습니다. 우주의 생성 과정과 극미 세계의 신비를 밝힌 현대 물리학의 연구 성과는 가히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현대 물리학에서 내놓은 새로운 세계관이 일찍이 종교에서 밝혀 놓은 우주관에 접근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랐습니다. 물질세계의 가장 깊은 곳까지 추적해 들어간 물리학자들은, 정신과 물질은 '한 몸'이 되어 작용하며 만물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텅 빈 공空' 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 우주의 현상 세계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만물의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학에서 밝힌 이 경계는 나와 우주 만물을 초월한 물아양망, 망형망재의 경지로서, 바로 이 종교에서 말하는 대우주 조물주 조화옹의 마음자리입니다.

 

종교와 과학은 우주의 신비를 파헤쳐 궁극으로 인류 구원을 성취하려는 점에서 그 목적이 동일합니다. 다만 서로 방법을 달리하여 시간과 공간, 정신과 물질의 근본자리(일심)에 대한 해답을 추구해 왔을 뿐입니다. 종교 세계에서는 만유 생명의 바탕인 마음을 텅 비우고 선정과 기도 생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조화세계인 하느님의 마음자리를 체험해 왔고 과학자들은 수학적 이론과 정교한 과학적 기술을 이용하여 이 영원의 자리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4. 종교와 과학을 통합하는 철학

 

현대 문명을 이끌어 온 오늘날 제2의 종교는 '도의 원형 뿌리 문화'인 신교와 단절되어 그 근본 가르침이 오도되고 생명력 또한 고갈되어 숱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제 인류는 제2의 세계 종교가 안고 있는 대립과 모순을 극복하고 보편적인 세계 구원을 성취할 수 있는 '제3의 초종교(열매문화)'가 출현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시원 모체 문화인 신교를 태동시키고 제2의 종교문화를 발생시킨 동양의 유구한 영적 유산과 전통을 생각할 때 그러한 제3의 초종교도 역시 동양에서 태동하리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로부터 전해지는 '빛은 동방으로부터!(exoriente lux)'라는 경구는 혼란과 전환의 시대에 언제나 동양에서 구원의 빛이 비쳐 온다는 하느님의 섭리를 간파한 명구입니다.

 

인류 문명의 극적인 대전환기를 맞이한 오늘, 제3의 초종교의 출현과 함께 세계 구원의 빛이 동방에서 비쳐오고 있습니다. 인류의 열매 문화인 이 초종교의 출현은 문명의 양대 산맥인 종교와 과학을 통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종교와 과학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진리 세계를 나무로 비유하면, 종교는 보이지 않는 생명의 근본(道) 자리인 뿌리를, 과학은 현상 세계(物)에 해당하는 줄기를 해명해 줍니다. 사실 종교가 부르짖는 이상 세계는 과학의 도움 없이 구현 될 수 없으며 과학이 해명하고자 하는 인간과 우주의 신비는 내적 통찰과 종교적 깨달음의 도움 없이는 풀 길이 없습니다. 이 양자를 하나로 조화시켜 천변만화하는 인간 세상을 마침내 영원한 평화의 꽃받으로 가꾸고 유불선 기독교의 우주관과 구원관을 통일하는 역할을 철학이 성취하게 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우주의 본체는 무엇이고 그 본체는 어떻게 현상 세계를 열어 가는가' 하는 문제를 밝히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탐구욕이 철학의 세계를 열어 놓았습니다. 동양에서는 일찍이 약 1만 년 전부터 음양의 체용관계의 세계를 열어 놓았습니다. 동양에서는 일찍이 약 1만 년 전부터 음양의 체용관계로써 역易철학을 정립하였고 서양에서는 본체론과 우주론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양 철학은 변화의 본체와 작용을 총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이론의 대립과 모순을 남김으로써 우주 변화의 원리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인류의 통일 문화를 열기 위해서 인간 지성은 종교와 과학의 한계를 극복할 제3의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길이 바로 '통일된 우주 원리'를 제시하는 '동양의 역易'철학 입니다.

 

- 증산도의 진리 (개정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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