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신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겨
곽명근(27) / 군산조촌도장
요즈음 과로에 의해 몸이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냥 안 좋은 것이 아니라 가슴과 배 어디쯤에서 탁한 기운이 뭉쳐있고 뭔가 안 좋은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내가 이것을 끌러내리라.’는 마음을 먹고 북소리에 맞춰 박자를 타며 ‘지기금지원위대강’을 힘차게 외치고 나갔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으니 처음엔 앞이 컴컴하다가 갑자기 어딘가로 빨려가듯이 환해졌는데 잡생각이 들 수 없는 어떤 경계로 접어든 것 같았습니다.
한참 신명나게 몸을 흔드는데 내 몸 바로 왼쪽에 사람의 형체를 한 검은 그림자가 앞을 보고 서 있더니 급기야 몸을 비틀어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순간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탁하고 먹구름 같은 먹먹한 기운이 신명이라는 것을... 척신인지 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을 몰아내자는 마음으로 더 힘차게 주문을 읽고 몸을 흔들었습니다. 순간 환했던 시야가 다시 어두컴컴해지며 검은 형체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시 환하게 되길 바라며 도공을 하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졌습니다. 누군가 계속 의도적으로 의식을 흐트러뜨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무릎을 꿇고 자세를 바로잡아 주문소리로 때리듯이 리듬을 탔습니다. 한참 집중해서 하니 검은 형체의 의도적인 손길이 조금씩 약해지며 내 기운이 힘겨루기에서 이기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거의 다 이겼다고 느꼈을 때 꽉 쪼이고 있는 무언가가 확 풀어지며 다시 환한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다시금 그 경계에 들어가니 피톤치드 숲에서 누워있는 듯 너무 상쾌해졌습니다. 앞을 보니 띄엄띄엄 앉아있는 성도님들의 대각선 방향 빈 공간에 신명들이 앉아있는 게 보였는데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머리가 도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