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태 /
평점 관람객 8.57 | 기자평론가 3.41 | 네티즌 8.11
개요 전쟁, 드라마 | 한국 | 110분 | 2016.07.27 개봉
감독 이재한
출연 이정재(장학수), 이범수(림계진), 리암 니슨(맥아더 장군)
등급 [국내] 12세 관람가
흥행 예매율 1위 | 누적관객 5,414,743명 (08.08 기준)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상황에서 북한의 남침 이후 열세했던 우리나라가 기적적으로 전세를 뒤집었던 그야말로 영화 같은 사건이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 세세한 부분은 각색했지만 이 작전을 위해 특파되었던 실제 인물들을 모티브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래서 더욱 세간의 관심을 받은 뜨거운 영화다.
다수의 평론가들은 매끄럽지 못한 전개와 평면적인 캐릭터 표현, 몇몇 배우들의 겉도는 듯한 연기력 등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또 참전 용사 중 일부는 영화 내용 중 상륙작전 자체에 대한 장면이 거의 없었던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의 상륙작전이 이루어지기 전,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앞서 길을 열어준 한국 해군의 첩보부대와 켈로부대(KLO: Korea Liaison Office, 북한 지역 출신자를 중심으로 조직된 연합군 소속 북파 공작 첩보부대)로 불리는 주한첩보연락처 대원들의 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즉 이 영화는, 세계사에 기록될 만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했던 숨겨진 영웅들을 마침내 이 세상에 알리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개벽 실제상황을 앞두고 남모르는 공부를 하며 천지대업을 집행하는 우리 일꾼들에게는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메시지를 진~하게 전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인천상륙작전이 결행되기 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 분)은 왜 작전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이었던 인천으로 들어가기로 정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대북 첩보 부대와 켈로 부대를 적진에 투입한다.
영화는 X-Ray 첩보부대의 장학수 대위(이정재 분)와 휘하 대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X-Ray 첩보부대는 북한군의 인천 방어사령부를 검열하는 고위 간부로 위장하여 기밀 정보를 수집해 나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뢰(적함 파괴용 수중 폭탄)의 위치는 쉽게 얻을 수 없었고, 결국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의 방에 잠입해 기뢰의 위치가 표시된 해도를 훔치려고 한다. 연합군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한들, 인천 앞바다에 무지막지하게 설치되어 있는 기뢰를 무시한 채로 들어가다간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격이었으므로, 기뢰 설치 정보의 획득은 X-Ray 대원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연합군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해도 탈취 작전을 앞둔 밤, 남기성 대원(박민철 분)은 조용히 장학수의 방을 찾는다. “저, 자식새끼 좀 보고 오면 안 되겠습니까? 마누라가 요 앞 새벽시장에 나왔는데 잠깐 보고 오면 안 될까요?”
북한군이 주둔해 있는 살벌한 인천이었지만, 그곳에는 남기성의 집이 있고 아내가 살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아직 젖도 못 뗀 아기와 함께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와 있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이번 작전 끝나면 전쟁도 끝납니다. 조금만 참으시디요.”
상관이었던 장학수는 나지막히 달랜다. 아쉬운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잠깐인데 그것도 안 되냐며… 그러나 남기성은 “예, 알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라요.”라는 짧은 대답을 하고 조용히 물러난다.
외출을 허락치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한번 물어본 것일지도 모른다. 한마디 토 달지 않고 상관의 명에 따르는 남기성의 태도를 보면, 내 욕심 챙기려고 내 생각대로만 하고 살려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자칫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차분히 부하를 달랜 장학수도 멋지지만, 풀어진 마음으로 몰래 나갔다면 너도나도 자기 가족을 보고 오겠다며 군기가 흐트러졌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조국을 구한다는 대의를 위해 내 피보다 소중한 아내와 자식의 얼굴을 보고 싶은 갈망을 뒤로 미뤘으리라. 꾹꾹 눌러 참아야 했던 남기성의 심정이 전해져 가슴이 먹먹해지는, 짧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장학수가 이끄는 조가 림계진 총좌 일행과 술자리를 하며 시간을 끄는 동안 남기성 조가 림계진의 방을 뒤져서 간신히 해도를 찾아낸다. 하지만 탈출하는 과정에서 여러 대원이 목숨을 잃고, 설상가상으로 해도마저 불타버리며, 위장해 있던 장학수 부대원들의 정체도 탄로나 버린다.
연락책을 통해 켈로부대를 만나 탈출할 수 있는 차편을 마련하지만, 그들에게 전달된 상부의 명은 어뢰의 위치를 어떻게든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말이 쉽지, 다른 방법 뭐 어떻게!” 폭발한 남기성의 말에 켈로부대원들도 “우리도 다 똑같은 상황이라고요!”라고 소리치며 흥분해 있는 상황에서 장학수는 소란을 멈춘 뒤 강렬한 한마디를 던진다.
“단 한 명만 살아남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좌중은 처참한 상황 속에서 잠시 잊었던 자신들의 사명을 다시 각성했는지 곧 숙연해진다.
저마다 자신의 생명은 가장 소중하다. 자신이 있은 뒤에 가족도 조상도 친구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웅은 반드시 이뤄야 할 큰 뜻이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바친다. 만조에 일손조차 건지기 어려운 병란을 앞두고,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지치고 불평줄을 품으며 편안함만을 좇게 되곤 하는 범인凡人의 처지를 반성하게 된다.
장학수의 비장한 한마디에 X-ray 대원들과 켈로부대 대원들은 기뢰의 위치를 알고 있는 류장춘 총위를 납치하는 목숨을 건 작전을 세운다.
작전을 바로 앞둔 아침, 대원들은 잠시 시장에 들른다. 거기서 아이를 업고 있는 남기성의 부인을 조용히 불러 차로 데려온다. 혹여 들킬세라 소리도 마음껏 못 내면서 그렇게 부부는 뜨거운 인사를 하고, 아직 젖도 못 뗐을 아이를 전해 받아 안아 본다.
대원들은 죽을지도 모르는 작전을 앞둔 상황에서 아이를 돌아가며 안아 본다. 하나같이 기뻐하며 아이를 축복해 주는 장면을 보며,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자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을 우리의 조상님들을 떠올려 본다.
가족을 코앞에 두고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장학수도 마찬가지였다. 이 날 시장에는 장학수의 어머니도 있었는데, 장학수는 먼 발치에서 몰래 보기만 할 뿐 가까이 가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장학수는 대원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했기에, 오히려 어머니를 뵙고 싶은 마음을 더욱 독하게 눌러 왔을 것이다. 어머니가 반기는 모습에 신분을 들킬까 걱정도 되겠지만, 죽기 직전의 내레이션처럼 어머니를 뒤에 두고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는 장면을 보면서, 약해질 수 없는 리더가 짊어져야 하는 고독함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또 어머니를 끝까지 곁에서 지키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가슴이 아려 온다.
상제님 신앙을 함에 있어서 가족신앙은 그 무엇보다 은혜로운 일이지만, 아직 가족포교를 이루지 못하고 신앙반대를 겪는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하늘에서 지켜드리겠다는 말을 남기며 끝내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지만, 우리 일꾼들은 세상 사람들을 많이 살려내면서도 반드시 가족 모두와 함께 후천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대원들은 입원해 있던 류장춘 총위를 납치하기 위해 병원에 의사로 위장하여 잠입하고, 끝내 성공한다. 이로써 어뢰의 위치를 파악하여 연합군의 인천 상륙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시 받은 임무를 거의 끝마친 상황. 그러나, X-Ray 대원들은 팔미도 등대 장악 임무를 켈로부대원들에게 맡기고, 연합군이 상륙하는 지점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팔미도 해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연합군의 상륙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북한군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 탱크를 타고 전진하는 X-Ray 부대원의 숫자는 단 세 명이었고, 그에 반해 북한군은 해안포 수 개와 해안가에 매설된 부비트랩들, 그리고 100명 가량의 병력이었다.
남기성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탱크에서 내려 곧장 부비트랩 매설 현장으로 언덕을 타고 내려간다.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와 자식이 있을 테지만 작전이 실패했을 때 더 큰 고통을 받으며 살아갈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서였을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마지막으로 만나게 허락해 준 장학수에게 보은하기 위해서였을까, 남기성은 짧은 총격전을 벌인 후에 연결되어 있는 부비트랩들을 기폭시켜 장렬히 전사한다.
장학수도 마찬가지로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 죽을 각오로 탱크를 전진시켜 결국엔 해안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곤, 미리 약속한 대로 신호탄을 쏘아 연합군에게 상륙을 위한 정리가 끝났음을 알리고 전사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반드시 이루리라는 각오로 적진에 돌진하여, 끝내 소수 정예의 인원으로 적군을 초토화시키는 영화 속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뜨거운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된다.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전진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백만 당적을 하는 천하사 일꾼이 갖춰야 할 마음 자세를 보여주는 듯하다.
마침내 첩보 부대의 값진 희생으로 연합군의 상륙이 이루어지고, 맥아더 장군을 비롯한 장교들은 전사한 장학수 대위 앞에 멈춰 서서 경례를 한다.
실제로는 그런 역사적 장면이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에 알려진 영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했지만 알려지지 못한 숨은 영웅에게 그 영예와 존경을 표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널리 알려진 열사烈士와 의사義士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한 목숨 기꺼이 바친 이름 모를 수많은 순국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영화를 보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존재를 헤아려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분들의 처절하고 애달픈 역사적 헌신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볼 때, 우리는 진실로 감사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