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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후손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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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범 / 교무녹사장, 본부도장

가을이 깊어서 겨울로 빠져들어 가는 11월 첫 주말 하루, 오랜만에 고향길에 나섰다. 아침 시간대였는데도, 고속도로에는 적지 않은 차들이 달리고 있다. 마치 추석이나 설 명절 귀향길 같다. 1시간여 달려서 도착한 고향마을에도 골목마다 자가용들이 주차되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추수를 끝마치고 후손들이 모여 조상선령님들께 제사를 지낸다. 매년 돌아가신 날 집에서 지내는 제사와 달리 5대조 이상의 묘소墓所에서 지내기 때문에 묘사墓祀라고도 하고 시사時祀, 시제時祭라고도 한다. 가을은 모든 것이 뿌리로 돌아가는 원시반본의 계절이자, 한 해의 모든 농사를 결실해서 거두어들이는 완성의 계절이다. 이러한 가을의 정신에 따라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고 조상님께 감사의 제사를 올리는 것은 우리 민족의 가장 훌륭한 전통문화임에 틀림이 없다.

상제님께서도 ‘사람이 조상에게서 몸을 받은 은혜로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천지의 덕에 합하느니라(도전 2편 26장 10절)’ 하시며 조상 제사의 의미에 대해 소중한 말씀을 내려 주셨다. 부모님부터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까지 매년 기일이 되면 모시는 제사보다 5대조 이상의 조상님들을 함께 모시고 지내는 시제는 왠지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어릴 적 시제 때가 되면 동네 꼬마들이 시제 모시는 행렬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서 제사가 끝나면 저마다 한 움큼씩의 떡과 과일을 받아 들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모습이 기억난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학업과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때 외에는 제사나 시제 때 조상님들을 찾아뵙지 못하다가, 40이 넘어서야 기제사와 시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올해는 묘소에서 지내지 않고, 종가 마당에서 제를 모셨다. 나로부터 9대조 조상님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사셨다고 한다. 그분으로부터 크게 세 집으로 나뉘어서 자손줄이 뻗어 왔고, 그래서 세 집안이 돌아가면서 음식 준비를 맡아서 제사를 주관하고 있다. 제사 때 모인 자손들은 멀게는 10촌이 넘는다. 아버지야 다들 잘 아시지만, 나에게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뵙지 못한 분들도 계신다. 길을 가다 마주쳐도 그냥 지나쳐 버렸을 터이다. 함께 모여 조상님께 절을 올리면서 우리가 한 핏줄을 나눈 자손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생각해 보면 “사해동포가 한 형제니라”는 상제님 말씀도 뿌리 계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다 보면 결국은 모든 사람들이 한 천지부모의 자식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에는 어쩌다 내가 축문을 읽게 되어 9대조 할아버지부터 5대조 할아버지까지 한 분씩 휘諱자를 차례로 불러가며 기도를 올렸다. 이 순간이 바로 조상과 자손이 하나가 되는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단고기』에는 환웅천황께서 하늘의 정신을 처음으로 대각하여 인간에게 도덕을 베푸셨고, 삼신으로 종교를 창설하셨으며,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셨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마도 이때에 하늘에 계신 삼신 상제님께 대한 천제뿐만 아니라 조상 선령신을 모시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도 내려 주셨으리라 생각된다. 단군왕검께서는 ‘너를 낳으신 분은 부모요, 부모는 하늘로부터 내려오셨으니, 오직 너희 부모를 잘 공경하여야 능히 하느님(상제님)을 경배할 수 있느니라’(『단군세기』)고 하는 조칙을 내려주셨다. 단군조선 때부터 백성들이 제사를 지낼 때, 집안에 자리를 정하여 제단을 설치하고 항아리에 곡식을 담아 제단 위에 올려 놓았다고 한다. 단군조선 말기 44세 구물단군께서는 국호를 대부여로 바꾸고, 제도를 정비하셨다. 어느 날 꿈에 천상의 상제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내렸는데 그 첫 번째가 ‘너희는 집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도록 힘쓸지어다. 정성을 다해 제사를 받들어 네 생명의 근본 뿌리(조상과 삼신상제님)에 보답하여라.’는 말씀이었다.

제사가 끝나고 음복 시간에 어르신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제 제사도 우리 세대에나 모시지 다음 세대에는 없어지지 않을까 모르겠다.”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 우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제사에 참석한 분들의 면면이다. 전부 60,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언제부터인가 당신님들부터 자식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제사 참석을 강요치 않으셨다. 그리고 제사의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 주신 적도 없다. 왜 음식을 차리고 제를 올리는지, 어째서 일정한 절차로 제사를 모시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알고 지내는지 모르고 지내는지, 그냥 관습대로 후딱 끝내고 말아 버리는 느낌이다. 사계 김장생 선생의 〈가례집람家禮輯覽〉이라는 책에 보면 ‘엄숙하게 한 번 (조상님께서)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린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시간 여유가 없다. 조상님께서 제대로 드시려면 엄청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드셔야 할 것 같다. 전반적으로 제사 문화가 형식으로 치우쳐 가는 느낌이다. 생각건대 이 또한 우리 문화, 역사 정신의 단절 때문이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탓에 역사 속에 살아 숨 쉬어 내려온 바르고 온전한 도리와 정신을 잃어버린 결과인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일제 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한 시대를 살아왔다. 그나마 조상님께 드리는 제사는 끊이지 않게 붙들고 오신 것만 해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아버지가 그동안 읽어 오신 축문을 내가 받아 읽으면서, 문득 ‘이제는 우리가 제사 문화를 제대로 후손들에게 가르쳐 계승해야 될 때로구나, 그게 나의 사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것이야말로 조상님, 부모님께 진정으로 효도하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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