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욱 / 본부도장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왕세자 이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킹덤에 대한 소개 글이다. K-팝, K-드라마, K-무비에 이어 ‘K-좀비’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산 게 아닌, 좀비가 한류 콘텐츠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KTX를 타고 맹렬히 질주한 ‘부산행’에 이어 조선 시대 좀비를 다룬 넷플릭스 킹덤이 전 세계 관객과 시청자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와 열광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해외평론가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HBO 최고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만났다, <워킹데드>를 능가한다”며 킹덤 시즌2를 평가했다.
<킹덤>의 상영 시점이 절묘하게도 코로나19가 폭발하는 시점이어서 김은희 작가가 이것마저 예상해서 만든 것인지 질문하는 기자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1에서 전염이 폭발하는 곳이 경상도였고, 시즌2에서는 한양에서 폭발한다. 코로나19가 대구 경북에서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대거 확진이 되고 서울에서는 콜센터를 중심으로 퍼진 양상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킹덤>은 2011년부터 구상한 작품이고, 경상도에서 좀비가 창궐한다는 설정도 한국 지도를 봤을 때 백두대간으로 자연스러운 장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극 중 의녀 서비(배두나 분)의 대사인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을 인용하며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시즌1의 ‘배고픔’은 왕을 허수아비로 세우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채우기 위한 해원 조씨의 권력욕에 대한 배고픔과 두 번의 전란 이후 피폐해진 백성들의 배고픔을 다룬다. 사람들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허기를 채우는 모습의 배고픈 좀비는 ‘슬픈 생명체’ 그 자체이다.
김은희 작가는 특정 시대 배경을 설정하진 않았지만 순조실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 역사에서 순조 21년 괴질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좀비 대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순조는 34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에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에 휘둘리던 왕이었다. 극에 나오는 해원 조씨는 안동 김씨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근세에서 1892년(고종 29년) 4월 고부 군수가 된 조병갑이 해원 조씨의 모델로 보이기도 한다.
동학이 사회 변혁 운동으로 돌변하도록 불을 놓은 인물은 단연 탐관오리의 대명사 고부 군수 조병갑이다. 그는 순조 왕비 조씨 일족(아마도 해원 조씨의 진짜 모델)으로 농민들의 뼛골을 짜냈다. 조선 말 열강들의 침입, 중앙정부와 지방 수령의 탐학을 배경으로 동학이 일어났다. 그런 동학군이 일본군과 관군 연합에 쫓겨 한때 60만에 달했던 농민군 중 30만 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면서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다. 많은 평론가들이 <킹덤>의 좀비를 단순히 괴물로만 보지 않는 것은, 이런 슬픔과 한에 기인할 것이다. 슬픈 생명체 생사역 좀비는 한 맺힌 동학군을 떠올리게 한다. 김은희 작가는 결국 동학을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한다. ‘생사역’은 영화에서 좀비Zombie라는 노멀normal한 키워드 대신 역병에 걸린 백성을 표현하는 말이다.
시즌2의 ‘피’는 혈통주의를 꼬집는다.
탐욕스런 조학주(류승룡 분)이지만 자신의 가문 사람의 잘못에 핏줄을 말하며 죽이지 않는다. 또한 병판(이양희 분) 대감은 왕의 피를 이은 자라야 왕이 될 수 있다며 피가 절대적이라 말한다. 실제 역사에서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요절하자 효명세자의 아들 8살 헌종이 즉위하는데 드라마의 어린 왕 설정은 여기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헌종도 원인 모를 병으로 죽자 아들이 없어 강화도에서 방계 중의 방계를 찾아 사도세자의 서자 은언군의 손자를 데려와 철종으로 즉위시키는데 드라마에도 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강화도에 왕족의 방계 원유(조한철 분)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세자가 왕이 될 수 있었으나 자신을 지키던 무사 무영의 아들을 동생이라고 속여 왕이 되게 한다. 무영에 대한 의리와 세자 자신이 서자라는 처지를 생각한 때문이었겠지만 결국은 씨를 바꿔 버린 것이다. 백성의 삶이 도외시되고 혈통만을 중시한 혈통주의를 꼬집는 장면이지만 환부역조에 해당하는 죄라고도 볼 수 있다.
피에 관한 또 다른 설정으로 <킹덤>에 나온 모든 사람들은 흰옷을 입고 있다. 안현(허준호 분) 대감이 상중이었으므로 그의 가노들은 흰옷을 입은 게 당연한데, 백성들은 본래 흰옷을 입고 있고, 거기에 왕이 승하해서 온 나라가 상중이니 시즌2는 모두가 흰옷을 입고 나온다. 온통 붉게 물들고 마는 백색의 ‘상복’은 피를 근거로 사람을 나누고 차별한 왕국의 혈통주의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좀비가 되고 서로 물고 그들을 방어하면서 흰옷이 모두 피 칠갑으로 바뀐다.
좀비 사태를 모두 해결한 후 성문을 열고 나오는 왕세자 이창의 흰 상복은 피로 물들어 있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주지훈의 “핏빛 상복을 곤룡포로 봐 주길 바랐다”고 했다. 백성의 곁에서 피를 같이 흘리고 자리 탐에 눈이 멀지 않은 그를 진정한 왕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김은희 작가는 “시즌 3는 ‘한恨’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한국인의 깊은 마음속에 있는 정서라고 하는 한을 끄집어냈다. 인간 세상을 병들게 하는 가장 큰 힘과 요인이 바로 원寃과 한恨이다. 지난날의 인류사는 원한의 역사요 전쟁의 역사이며, 또한 승자의 역사이다. 전쟁이 터지면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원한의 기운이 폭발하여 역병이 대발한다! 그래서 역병으로 전쟁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법칙과도 같은 역사의 진실이다.
원이 원을 낳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피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원한의 기운이 뭉쳐지면 그 파괴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이 무섭고 엄청나다. <킹덤>의 좀비 생사역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장면은 이 원한의 파괴력을 여지없이 보여 준다. 질병대란은 바로 선천 세상을 살다 간 모든 인간의 악업과 원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즉 자연 생태계를 마구 파괴하고, 인륜과 천륜을 짓밟고, 동물들을 학대하고, 남을 음해하고 죽인 숱한 악행에 대한 업보와, 선천 5만 년 동안 묵은 천지신명들의 원한이 우주 가을의 환절기를 맞아 일시에 폭발하는 대이변이다.
그래서 상제님은 인류 역사의 영원한 화평의 바탕이 해원이라고 하셨다. 상제님은 신명을 해원시키고 온 인류가 염원해 온 꿈의 낙원세계가 이 지상에 건설되도록 ‘새 역사의 판’을 짜 놓으셨다. 그것이 상제님께서 31세 때부터 천상 보좌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9년(1901~1909) 동안 행하신 천지공사天地公事이다.
의녀 서비의 말은 이 성구를 떠올리게 한다.
서비는 생사역 좀비들이 추울 때 더 강하게 활동하며, 낮밤 모두 깨어나는 기간이 동지부터 입춘까지로 보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날씨가 더워지면 그 기세가 약해질 것이라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를 보던 사람들이 <킹덤>을 보고 소름 끼치게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이 이런 점에 있다. 도전 말씀은 동지로부터 한식날 4월 5일까지 105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종도사님께서는 이 105일 사이에 앞으로 새 세상을 여는 가을개벽을 향한 중대한 지구촌 변혁의 대사건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인류 문명사의 결정적 전기점이 ‘동지 한식 백오제’에 온다는 말씀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사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두 번째 영국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비영어영화 최초 SAG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수상, 한국 최초 세자르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수상의 위업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올해 1,2월 <기생충>의 쾌거에 대한 소식이 들리고, 연이어 공개된 <킹덤> 시즌2에서 좀비의 실체가 기생충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해외 팬들은 마치 한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던 때에 개봉하면서 바이러스도 미세한 기생충이란 것을 깨닫게 해 줬다.
김은희 작가는 평소 기생충을 좋아한다고 했다. 기생충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극의 설정에 가져온 것 같다.
기생충(Parasite)은 원래 그리스어 Parasitos에서 유래되었는데 처음에는 음식의 곁이라는 뜻에서 점차 귀족들의 옆에서 자잘한 일을 하면서 음식을 얻어먹는 식객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생명체의 내부에서 다른 생명을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생명체를 지칭하는 생물학적 의미를 갖게 된다.
기생충은 사실 벌레 이하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기생충은 수십억 년 전부터 생명체와 함께 진화해 왔다. 현생인류가 탄생한 이후 항상 몸속에 있는 기생충과 함께 살았다. 특히 미생물 단위의 기생충만 보더라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우리 몸에는 30조 개에 달하는 인간의 신체 세포 수보다도 더 많은 39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 속에 사는 각종 미생물의 무게만도 2kg~4kg에 달한다.
우리 몸속의 장에 살고 있는 대장균이라 불리는 수백 가지의 미생물은 대부분 무해하다. 물론 유익균으로 불리는 이로운 미생물과 유해균으로 불리는 해로운 미생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대에 들어 구충제를 먹고 기생충이 박멸되면서부터 오히려 사람 몸에 자가면역질환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꾸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몸에 해롭지 않은 촌충을 몸속에 주입해 치료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관계하는 3가지 주요한 기둥을 면역 체계와 박테리아, 기생충이라고 주장하는 의학자도 있다.
여기까지 살펴볼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기생충도 인간의 일부인가? 우리 몸을 돕는 세균과 바이러스도 인간의 일부인가? 확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공존해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인류는 ‘미생물 병원체의 박멸’을 목표로 끊임없이 전쟁을 해 왔다. 하지만 인간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인간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미생물의 정보 전달 능력과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생존을 위해 항생 물질에 내성을 가진 더욱 강력한 종으로, 병마病魔로 진화해서 더 큰 병을 몰고 와 보복을 한다. 교묘한 돌연변이와 혁신의 재주를 갖고서 마치 심술을 부리듯 다시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대원사에서 천지 도통문을 여신 후 하산하실 때, 갑자기 골짜기의 온갖 새와 짐승들이 반기며 모여들어 무엇인가 애원하는 듯하였다. 이에 상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서의 해원이란, 인간과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증산도 道典 4:48:4)라고 하신 말씀처럼 바이러스 단위까지도 모두 해당되는 말씀이시리라.
아주 흥미로운 성구이다. 병자인 김도일은 평소 상제님께 거만하게 행동했는데 배앓이가 생겨 고쳐 주시기를 청한다. 그런데 이것은 아마도 상제님께 거만하게 하니 배 속의 기생충이 아프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회충도 하나님이신 상제님께 거만한 행동을 하는 자신의 숙주를 그냥 둘 수 없는 게 아닐까. 상제님은 회충을 죽이지 않으시고 본처로 돌아가게 하셨다. 회충이 죽으면 김도일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된다는 말씀을 생각해 보면 기생충이 이 사람의 몸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나 공생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회충이 본처로 돌아가 안정을 얻도록 하시고 이것이 의술이라고 하시니 참으로 놀라운 말씀이다. 상극의 원한을 발생시키지 않고 상생의 길을 열어 치료해 주신 것이다.
사람의 육체와 영체는 혼줄로 연결돼 있는데 혼줄은 양 눈썹 사이 인당印堂에서 나오며, 영체의 머리 뒤 연수延髓 쪽에 연결되어 있다. 혼줄이 끊어지는 것이 죽음이라는 사건이다. <킹덤>에서는 인당혈에 침을 꽂으면 좀비가 된다고 했다. 이는 생사초에 있던 기생충의 알이 직접 뇌로 들어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본래 영혼이 연결된 곳에 마치 기생충의 영혼을 연결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다른 영혼의 지배를 받는 빙의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천곡이 무엇이길래 충이 들어앉아 사람을 조정하는지, 또 김은희 작가는 어떻게 이런 지식을 가지고 생각했을까 놀라운 부분이다.
『문화콘텐츠 용어사전』에는 천곡天谷이 이환궁泥丸宮(뇌의 중심부)을 말한다고 했다. 불교의 수행 서적인 『선학사전仙學辭典』에는 이환泥丸을 상단전上丹田이라 한다. 이런 설명으로 볼 때 천곡은 뇌의 중심부에 있는 송과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송과체松果體(Pineal body; Pineal gland)는 수행을 통해 영적인 세계를 보는 제3의 눈이라 하는데, 주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교세포가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內景篇에서 머리[腦]는 기氣를 가진 상단전上丹田이라고 했고, 외형편外形篇에서는 머리의 뇌腦를 천곡天谷이라 했다. 천곡[腦]은 전신[一身]의 오장육부[機關]를 주재하는 원신元神이라고 했다. 머리에는 아홉 궁(九宮)이 있는데, 이 중에서 이환궁泥丸宮은 송과체松果體로서 혼백魂魄의 혈穴, 즉 넋을 조절할 수 있는 요혈要穴이라 설명한다.
모든 신은 일음일양一陰一陽의 도에 의해 자연을 낳은 근원신인 원신元神과 자연을 다스리는 주신主神의 음양 구조로 존재한다. 원신은 모든 만물 속에 실재하지만 구체적인 얼굴이 없다. 형상은 없으나 천지만물의 근원적 실재이므로 으뜸 원元 자를 써서 원신이라 하는 것이다. 이 원신은 우주 안의 질서를 3수로 구성하는 창조의 손길로 작용하여 동방에서는 삼신三神으로 불리어 왔다. 종도사님께서는 우리 몸에 있는 두 개의 신, 식신과 원신의 작용을 말씀해 주셨다.
원신은 나라로 말하면 왕과 같아서 인당에 와 항상 고정되어 있다는 말씀이다. 심장에 있는 식신은 한 나라로 말하면 장군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식신이 생각하고 듣고 비판하며 전권을 100% 쓰므로 원신, 즉 대우주의 조화신이 내 몸에 들어와 있음에도 왕이 제 노릇을 못한 채 잠자고 있는 것이다. 이 잠들어 있는 원신을 깨우기 위해서는 기운을 맑혀야 하는데 그것은 정精으로부터 시작된다. 정精이 맑게 굳어지면서 중단전으로 올라가 기화氣化되고, 상단전에서 신화神化되어 맑아져서 원신이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천곡이 원신의 집이라고 했다. 서양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송과샘에 대해 언급하였고, 이곳이 “영혼이 자리잡고 있는 부위임과 동시에 우리의 모든 생각이 형성되는 장소”로 간주했다. 그는 송과체를 영혼이 앉는 의자라 하여 영혼이 여기에 앉아 몸을 조종한다고 한 것이다. 생사역 좀비는 바로 이 원신의 자리를 기생충에게 빼앗긴 것이다.
<킹덤> 시즌1은 왕이 두창이 걸리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킹덤> 시즌2의 마지막 장면은 아기 때 생사역 좀비에게 손을 물렸던 어린 왕이 자고 있을 때, 상처 부위에서 충이 깨어나 팔을 타고 꿈틀대며 움직여 머리로 올라간다.
<킹덤>은 왕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리고 시두時痘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두창=시두=천연두’는 같은 병에 대한 호칭이다. 시두는 여러 차례 세계사를 주도하는 왕과 황제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 BCE 1157년에 사망한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 미라의 얼굴에서 곰보 자국이 발견되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두의 흔적이 되었다. 아테네제국을 비롯하여 로마제국, 마야, 잉카제국 등 많은 고대 제국을 몰락시켰고 동시에 새로운 제국을 탄생시켰다. 시두는 새로운 제국의 건설과 역사의 주인이 바뀌는 분기점이 되었다.
상제님의 이 말씀을 통해 병겁이 터지기 전, 개벽의 신호탄으로 시두가 다시 창궐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시두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다. 천지에 병란 개벽을 몰고 오는 전령傳令임을 기억해야 한다. 시두가 크게 일어나는 것[大發]은 가을개벽의 대병란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경계경보로서, 선천 역사의 끝과 후천 새 역사의 시작을 암시한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은 작가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개벽기 시운을 타고 천지의 진리 기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두, 배고픔, 원한, 동학, 동지한식백오제, 기생충, 천곡”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병란 정국으로 들어간 이 시점에 이렇게 병란과 개벽, 수행 문화에 대한 키워드들로 이뤄진 <킹덤>이 시즌3에는 원한을 다룬다고 했으니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