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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고난 앞에 처절한 사투로 사명을 완수한 중흥中興 28장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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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의 인사스타일로 본 28장

28장은 후한의 창업군주 광무제 유수의 공신들로 중흥中興 28장將으로 불리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광무제의 인사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세밀하면서도 일정한 방향성으로 짜여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28장에 대한 나열적인 기술보다는 광무제의 인사 스타일 중심으로 가볍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광무제의 인사 스타일은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힘 있는 자는 작게 쓰고, 지혜 있는 자는 크게 쓰며, 덕 있는 자는 귀하게 쓴다. 즉 그 사람의 기국에 맞게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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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감耿弇은 유수의 야망에 불을 지른 인물이다. 경시제는 유수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권을 회수하려 했다. 유수가 허베이를 평정하자 경시제는 그를 수도로 소환했다. 소환되면 병권을 잃게 되고 대권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다. 이때 경감은 군사를 더 모으자고 권유하였다. 경시제가 그릇이 안 되기 때문에 자립할 것을 권하였다. 유수는 이 말을 듣고 바야흐로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하였다. 경감은 웅략을 갖추고 있으면서 강건한 기상을 지닌 인물로 우리가 자주 쓰는 격언인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뜻이 있으면 일은 마침내 이루어진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한吳漢은 28장 중 최고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격이 강하여 불리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원래 현의 말단 관리인 정장이어서 배움은 없고 행동이 투박하지만 담력이 크고, 작전 수행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광무제의 신임을 끝까지 받았다.

201807_120.jpg마무馬武는 원래 녹림군에 있다 광무제에게 투항하였다. 도량이 크며 말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하였다. 또한 충성심이 대단하였다.

위의 세 명은 전쟁을 잘 이끈 인물들이다. 그들에게 자리를 주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였다.

이런 전투형 인재 외에 광무제는 관리자형 인재들도 중용하였다. 바로 유학자의 기풍이 있는 장수들이었다. 바로 체준祭遵, 주우朱祐, 경순耿純, 이충李忠, 요기銚期가 그런 인물들이다. 체준은 군대의 법령을 집행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상으로 받은 재물은 모두 부하들에게 주었고, 유학을 중시하여 전쟁터에서도 항상 제사를 지냈다.

주우는 전형적인 유학자였다. 성을 공략해도 노략질을 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얻었다. 유수가 제위에 오르자 사치하지 말고 군주의 일을 매일 근심하라고 죽음으로 간언하였다. 요기는 효성이 지극하고 신의를 중시한 인물로 항복을 받은 지역에서 한 번도 노략질을 하지 않았다. 조정에서는 나라를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하였으며 마음속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임금을 화나게 할지라도 반드시 간언을 올렸다. 이충은 강단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순하여 호구를 늘리는 데 소질이 있었다. 유가 경전을 아는 인재들을 등용하여 지역을 안정시켰다. 경순 역시 장수였지만 정치가의 재질이 있었다. 한때 동군 태수로 있을 때 죄 지은 사람을 체포하려다 그 사람이 자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경순이 파직되자, 백성들이 울고불고 야단이었다. 이에 광무제가 크게 감탄하여 경순을 치하하였다.

광무제가 가장 크게 중용한 이는 28장 중 수위首位인 등우鄧禹이다. 그의 공로는 천하 쟁패의 관건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감은 군사적인 일에서 등우보다 나았지만 성품이 잔인하였다. 등우는 경감과 같이 정세를 분석하여, 광무제에게 흥함이란 기반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덕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권하였고, 광무제는 분발하여 차근차근 기반을 넓혀 갔다. 허베이 경략의 기본적인 정책은 등우가 짰고, 광무제 아래 인재들이 모인 것도 등우의 공이었다. 광무제는 어떤 싸움에서도 먼저 명분의 우위를 강조했다. 그래서 유수는 가장 관대하며 인재를 아낀다는 소문이 나자 많은 지역들이 그에게 투항했다. 적미군에게서 큰 싸움 없이 항복을 받아낸 것도 지구전을 펴자는 전략을 낸 등우의 공이었다. 물론 등우도 여러 차례 작전 실패를 하여 자신의 몸만 빠져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등우가 최고의 공신이 된 것은 그가 천거한 인물들 때문이다. 그가 천거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일을 잘 완수하였는데, 이를 보면 그는 지인지감知人知鑑을 가진 재상의 풍모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효성으로 이름이 높았고, 인재를 중시한 그는 권세로부터 일부러 멀어지려 했지만, 광무제는 태산에 봉선할 때 그를 데려갈 만큼 특별하게 대하였다.
 

운대雲臺 이십팔장

후한 광무제 뒤를 이은 이는 음황후와 사이에 낳은 넷째 아들 명제 유장劉莊(28년∼75년, 재위 57년∼75년)이다. 명제가 60년 영평永平 3년에 광무제를 보좌하여 후한을 건국한 스물여덟 명의 무장을 추모하여 유명한 화가에게 명해 수도인 낙양에 위치한 남궁南宮의 운대雲臺에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에 ‘운대 이십팔장’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공신도功臣圖는 당시 회화 양식에 따라 벽화로 그려졌다.

201807_1211.jpg운대는 원래 구름 위로 높이 솟구친 대각臺閣이란 의미이다. 운대는 광무제 때 대신들을 소집해서 정사를 논의하는 곳으로 사용되면서 나중에는 조정이란 뜻으로 차용되기도 하였다. 명제가 이곳에 이십팔장의 초상화를 그린 후에는 공신과 명장을 기리는 장소를 통칭해서 운대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십팔장이 광무제를 따르게 된 경로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유수와 관계를 맺고 따르게 되었고, 어떤 이는 유수의 명성을 듣고 스스로 추종하였으며, 어떤 이는 추천에 의해 따르기도 하고, 원래는 적이었다가 광무제의 인물됨에 감복하여 따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인연으로 광무제를 보좌하여 대업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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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십팔장들이 자신의 주군인 광무제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분기점이 바로 광무제 유수와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물음이 될 수 있다. 당시 그들도 이게 궁금했던지 이 문제로 한담을 나눈 적이 있다. 광무제가 뒷날 공신, 제후들과 함께 잔치를 하다 조용하고 화기애애하게 이 문제를 물었다. 그러자 등우는 글공부를 한 적이 있으니, 군郡에서 문학박사文學博士 정도 하지 않을까라고 하였다. 차례대로 대답하다 마무의 차례가 되자, 마무는 용감하고 힘이 세니 군의 도위都尉가 되어 도적을 단속할 거라 하자, 광무제는 정장亭長이 되면 될 거라고 한 일화가 있다. 누구를 주군으로 모시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면을 엿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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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수宿
[주2]
이야기


지구에 있는 생명체 중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사람은 봉긋하게 솟아오른 머리로 하늘과 가까워졌고, 그만큼 하늘을 닮아 갔다. 그런 인간의 눈에 비친 별자리는 신비 그 자체였으며, 그 별자리들을 통해 하늘의 질서를 이해하고 깨우쳐 갔던 것이다.

하늘의 별자리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이 있으니, 바로 북극성北極星이다. 천변만화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축이 있음을 알려 준다. 그와 함께 태양도 일정한 법칙으로 순환하면서 우리에게 동, 남, 서의 방위를 밝혀 주고 있다. 그래서 사막이나 대양 한 가운데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하늘은 시간의 흐름에 대해 일러 주기도 한다. 무의미하게 하루를 사는 인간에게 시간이란 무차별한 날들의 연속처럼 느껴지지만, 하늘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분명한 질서를 보여 준다. 해와 달의 변화로 낮과 밤 그리고 계절이 생겨난다. 별자리 변화에 따라 일 년 주기가 있음도 전해 주고 있지 않은가. 시간은 결코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게 아니었다. 흘러가는가 하면 회귀하는 순환의 시간이었다. 이 하늘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 바로 3원 28수이고, 우주의 시곗바늘인 북두칠성이었다. 여기에서는 이 글의 주인공들인 28장과 서로 상응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28수와 그들이 모신 광무제와 연관될 수 있는 3원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제 눈을 들어 하늘에 있는 별자리들을 바라보라. 그리고 이성과 감성을 모두 열고 상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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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三垣 이야기

고대부터 동양에서 바라본 하늘은 세 개의 담과 28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왔다. 즉 황도黃道와 천구天球의 적도 주변에 위치한 28개의 별자리(宿)를 이십팔수二十八宿라고 규정하였다. 7일이라는 수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수를 본뜬 것이다. 북두칠성은 음양오행의 질서를 주재하는 별로, 음양을 나누고, 사시四時를 세우고, 오행을 가지런히 한다. 28수의 별자리는 이 북두칠성의 다스림을 받아 우주의 질서와 조화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삼원三垣은 자미원紫微垣,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이다. 원垣은 담장이라는 뜻으로 웅장한 담이 쳐진 궁궐을 의미한다. 삼원이 별의 명칭이 된 시기는 아주 이르지만 그 명칭이 확정된 것은 수隋의 단원자丹元子가 지은 『보천가步天歌』에 이르러서였다.

태미원은 삼원 중 위에 있으며 자미원 서남쪽에 있는데, 성星, 장張, 익翼, 진軫의 네 별자리 이북의 천구天區이며, 30개의 별자리에 78개 별을 포괄한다. 태미는 천자가 정사를 펴는 조정, 정부라는 뜻이다. 태미원의 가운데 있는 태미오제는 오행 순환에 따른 왕조 교체를 주관한다. 북두칠성과 함께 인간의 복록과 수명을 주관하는 삼태성三台星이란 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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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원은 삼원 중 가운데에 있으며, 제일 중요하다. 북쪽 하늘의 중앙에 위치하여 중궁中宮이라고 하며 황궁皇宮에 비견된다. 천자와 황비, 태자를 상징하는 별들이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37개 별자리에 183개 별을 포괄한다. 이곳은 제성帝星을 중심으로 한 황궁이기에 자미란 말은 인간 세상에서 황권의 상징이며 황제의 대명사가 된다.

천시원은 삼원 중 아래에 있으며 자미원의 동남쪽에 있다. 방房, 심心, 미尾, 기箕, 두斗의 다섯 별자리 이북의 천구로 39개 별자리에 287개의 별을 포괄한다. 천시는 하늘의 시장 혹은 제후들의 도시라는 뜻이다. 천자가 제후를 거느리고 도시를 순행한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별자리 28수와 사신四神 이야기
이십팔수는 사방신四方神으로 동북서남의 방위에 따라 각기 7개씩 별자리를 주관하고 있다. 옛 사람들은 해와 달이 하늘에서 운행하는 상황을 매우 중시하였으며, 그 운행 방위를 근거로 하여 계절을 확정하였다. 해와 달은 사람의 시각 운동 속에서 노선이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 운행의 구체적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항성恒星을 28개 군群으로 나누어, 관측의 표준으로 삼았다. 28이라는 수가 나오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대략 27일 반 동안 한 바퀴 운행한 뒤에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데, 천문학에서는 이 주기를 ‘항성월恒星月’이라고 한다. 달이 지나는 궤도를 28등분으로 나누어 달이 매일 한 등분을 지나며 28일 후에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에 이 숫자를 취해 달이 있는 위치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용, 봉, 호랑이, 거북과 뱀 등의 네 가지 신수神獸를 접목하여 28수의 이름을 삼았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주작을 상상하기도 하고, 춤추듯 날면서 승천하는 거대한 용을 상상해 내고, 신령한 거북과 뱀이 서로 휘감는 모습, 위풍당당한 맹호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이 사신四神을 신령한 동물로 간주하고 사방을 주관하고 보호하는 천신으로 숭배하게 되었다. 주작朱雀, 청룡靑龍, 현무玄武, 백호白虎 등 네 동물이 각기 하늘의 남, 동, 북, 서 네 방향의 별자리 모양을 표시하게 되었다. 이십팔수는 1년 사계절 동안 끊임없이 연속해서 남쪽 하늘을 지나간다. 아득한 옛날에 사람들이 봄날 해 질 녘에 천상天象을 관측해 보니, 주작의 일곱 별자리가 남쪽 하늘에 나타나고, 동쪽에 청룡의 일곱 별자리, 서쪽에는 백호가, 저 멀리 반대편 북녘 하늘에는 현무의 일곱 별자리가 있었다. 청룡과 백호는 모두 남쪽이 머리, 북쪽이 꼬리에 해당하고, 주작과 현무는 서쪽이 머리, 동쪽이 꼬리에 해당하게 된다.

이십팔수의 구체적 모습은 다음과 같다.

동방 청룡 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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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은 생동하는 목木 기운을 주관한다. 봄철에 씨앗이 터지고 몸을 비틀며 싹이 터 오르듯이, 청룡은 몸을 비틀며 하늘로 솟아올라 소생의 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이다. 동쪽 지평선 어둑한 밤하늘 위 용솟음치는 긴 별들의 무리가 동방 7수다. 동방 청룡의 일곱 별자리는 용의 뿔인 각角, 용의 목인 항亢, 용의 가슴인 저氐, 용의 배인 방房, 용의 심장인 심心, 용의 꼬리인 미尾와 기箕 등 30개 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각수角宿는 2개의 별로 구성되어 동물의 뿔과 닮았다고 한다. 바로 용의 뿔에 해당하는데, 해 질 녘 각수가 동쪽에서 떠오르는 것은 봄기운이 대지를 돌아 초목이 싹을 내고 어린 짐승이 뿔이 돋아남을 의미한다. 어쨌든 봄에 각수가 제일 먼저 동쪽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십팔수의 우두머리로 여겨져 왔다.

북방 현무 7수

[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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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현무의 일곱 별자리는 두斗, 우牛, 여女, 허虛, 위危, 실室, 벽壁으로 25개 별로 구성되어 있고, 거북과 뱀이 휘감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중 남쪽 밤하늘에 있는 두수는 탄생을 주관하는 별이다. 북두칠성은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별이라 여겨져 왔다. 그래서 죽은 이를 매장하는 칠성판에 북두칠성을 그려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 북두칠성의 자루 끝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따라가 보면 또 다른 됫박이 나온다. 바로 남두육성南斗六星이다. 남쪽은 불이고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이기에 두성은 생명의 기운을 주재하여, 민간에서는 이 두성이 탄생과 건강을 주재하는 별로 알려져 왔다. 밤하늘에 두 개의 국자(斗)가 있어, 죽음과 삶의 수레바퀴를 끝없이 굴러가게 하고 있으니 태어남과 죽음이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삶이란 생과 사가 동시에 함께하는 총체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서방 백호 7수
서방 백호의 일곱 별자리는 살기등등한 호랑이다. 호랑이 꼬리인 규奎, 호랑이 몸체인 누婁, 위胃, 묘昴, 필畢, 호랑이 머리와 수염인 자觜, 호랑이 앞발인 삼參으로 총 45개 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규수奎宿은 16개나 되는 별들이 구불구불 연이은 모양새가 마치 하나의 글자 같다고 해서 문운文運을 상징한다. 임금이 직접 쓴 글인 어필御筆과 어제御製를 말한다. 조선 22대 정조 대왕의 도서관인 규장각奎章閣은 여기서 명칭을 가져왔다. 가을의 수렴 기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묘수昴宿는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좀생이별)이다. 28장 중 만수萬修가 관장하는 자수觜宿는 가을의 숙살지기를 그대로 보여 준다.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호랑이의 얼굴을 뜻하는 이 별자리는 상대로 하여금 뻣뻣하게 몸이 굳게 만드는 음기 작렬의 살벌함이고 그 포효함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 ‘자觜’ 자는 털 뿔이라는 뜻으로 부엉이의 머리 위에 뿔처럼 난 털을 나타낸다. 여기서 뾰족한 끝이라는 뜻이 파생되어 이 별자리는 만물을 잠재우는 음기의 ‘뾰족한 끝’이라는 의미가 된다.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초겨울 녘의 쓸쓸함이 감돌게 한다. 또한 자수는 군사의 일을 예견하는 별이기도 하다. 이 별이 밝으면 장군이 세력을 얻고, 움직이면 도적 떼가 횡행하며, 이동하면 장군이 쫓겨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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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주작 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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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주작의 일곱 별자리는 주작, 즉 붉은 봉황이다. 주작의 머리인 정井, 눈에 해당하는 귀鬼, 부리인 유柳, 목인 성星, 모이주머니인 장張, 날개인 익翼, 꼬리인 진軫으로 총 59개 별로 구성되어 있다. 남방 주작의 마지막 별자리인 진수軫宿는 수레라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이 별자리가 천자가 타고 다니는 수레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이 별자리의 두 모서리에는 수레의 바퀴처럼 양쪽의 축이 삐져나와 있는데, 이는 천자를 보필하는 제후를 의미한다. 각각 좌할左轄과 우할右轄이라 하는데 좌할은 임금의 친척인 제후, 우할은 임금과 성이 다른 제후를 말한다. 이들 바퀴 부분이 진수보다 밝으면 나라에 모반이 일어나고, 진수에서 멀어지면 제후가 천자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고 한다. 이래저래 보필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28수의 마지막에 수레의 별 진수가 자리한 것은 천지의 쉼 없는 운행을 말함이 아닐까. 청룡의 뿔 각수에서 시작하여 한 해 운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작의 꼬리가 자리한다. 아래로 내려가며 웅크려 드는 겨울의 수水 기운은 새로운 출발에 필요한 에너지를 강렬한 한 점으로 응축하는데, 그 힘을 진수라는 수레바퀴에 실어 보내는 건 아닐까?

예로부터 광무제를 보좌했던 28장이 이 이십팔수의 정기를 받고 잠시 인간사를 하고 갔던 것으로 믿어 왔다. 고대 문헌에서는 이십팔수를 의미하는 사칠四七이라는 말로 운대 이십팔장을 지칭하기도 하였다. 천자는 위로 하늘의 이십팔수를 본받아 제후 자리를 설치하기 때문에 제후가 천자를 위해 사방을 지키는 것은 하늘에 이십팔수가 사방을 주관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으리라.
 



<참고문헌>
『후한서 본기』(범엽 지음, 장은수 옮김, 새물결, 2014)
『광무제와 이십팔장』(이재석, 상생출판, 2010)
『후한서』(범엽 지음, 유홍유 편저,이미영 옮김,팩컴북스, 2013)
『조선상고사』(신채호 원저,박기봉 옮김, 비봉출판사, 2007)
『재미있는 중국제왕 이야기』(서현봉, 박우사, 1993)
『인물지』(박찬철,공원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2009)
『종횡무진 동양사』(남경태, 그린비, 2013)
『변경』(렁청진 편저,김태성 역, 더난출판, 2003)
『별자리 서당』(손영달, 북드라망, 2014)
『통감절요 2』(강지 저, 김정화 역, 충북대학교 출판부, 2015)

 

[주1]

왕망의 치세에 있어 그런대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나는 왕망 자신이 정한 황제 즉위 의식은 이후 광무제를 포함하여 역대 황제들에게 그대로 계승되었고, 유학 교육 기관을 설치하여 유학 공부를 장려하였고, 이후 광무제 역시 유학 교육을 장려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민족사학의 태두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왕망이 토지를 분배하여 빈부의 계급을 없애려는 의견을 대담하게 실행하려고 하였으니, 이 사건은 동양 고대의 유일한 혁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주2]

‘수宿’라는 글자는 묵다 또는 별자리라는 뜻을 가진다. 이 글자는 사람이 집안에 요를 깔고 눕다 또는 사람이 집안에 묵는다, 머무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늘에 있는 별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들이 쉬어가는 쉼터로 인식을 했다.
 

[주3]

북방 수기水氣를 담당하는 현무가 여름 하늘에 뜨다니? 겨울 하늘과 이름이 바뀐 게 아닌가 할 수 있다. 이는 고전 천문학 특유의 관측법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땅의 방위는 북쪽을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하늘의 방위는 북쪽을 기준으로 아래에서 위를 올라다본 시점으로 정해진다. 그 결과 북쪽과 남쪽의 방향이 서로 바뀌게 되었다. 대지는 더운 열기로 끓어오르고 있지만, 하늘의 별자리나마 겨울의 수호신들이라 반갑지 않은가? 내려다본 하늘과 올려다본 하늘의 상반되는 풍경은 결국 태극의 다른 표현이고, 서로가 서로를 내재하고 있는 음양의 조화 법칙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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