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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보다 더 무서운 현실,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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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여러분은 기차여행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막히지 않는 철길, 역 주변의 풍경들, 왠지 모르게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차 속에서 목적지를 기다리는 승객들 모두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만끽하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내일의 사건을 만나기 전의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평화로운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KTX 101번 열차의 승객들 역시 목적지를 향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이 내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두 그 존재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영화 줄거리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의 일상. 밖에서 차는 바삐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직장에서 집에서 혹은 군대에서 학교에서 자신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펀드 매니저 서석우(공유 분)는 매우 차갑고 냉정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부하 직원을 불러서 바이오 회사를 매각할 것을 명령한 뒤에 ‘언제 개미들 신경 쓰면서 우리가 거래했어?’라는 말을 하는데요. 어느새 공존보다는 가혹한 세상 속에서 생존하는 것만이 성공의 명제가 되어버린 현대사회의 표상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이혼 소송을 밟고 있는 석우에게도 그래도 오직 한 사람 마음을 통하고 싶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딸인 ‘수안’(김수안)입니다. 생일을 맞아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는 딸 때문에 예기치 않게 석우는 부산행 KTX 열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KTX 열차를 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가장 빨리 갔다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새벽 5시 15분에 KTX열차가 출발하려고 하는 찰나 서울역 주변에서 이상한 존재들의 낌새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만 그것을 발견한 것은 가장 어린 석우의 딸 수안이었습니다.

출발 중인 KTX 안 승객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롭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아빠와 딸, 그리고 자매, 원정 경기를 하러 떠나는 고교 야구선수들, 그리고 배 속의 아기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의 모습까지 언제라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평화가 빠르게 달리는 기차 속에서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깨져 버리고 맙니다. 갑자기 쳐들어온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 바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었고, 그 감염된 사람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말았습니다. 이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감염자로 변하게 됩니다. 변화된 상황을 인지한 여러 사람들이 많은 숫자의 칸에서부터 적은 숫자의 칸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하고, 몰려드는 감염자들을 막아 내는 과정에서 개개인이 가진 내면의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문을 닫으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고속버스 상무인 영석(김의성 분)의 견해를 이후에도 생존자들 대부분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느낀 안타까움과 더불어, 대부분의 관객들이 나 역시 저런 상황이 되었을 때 희생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사태가 겨우 진정된 이후에 등장하는 방송의 발표에서는 폭도들의 무분별한 폭력 소요사태라고 나오지만 이미 사람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서 이 사태가 결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미증유의 사태임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이 속에서도 지극히 냉정하고 현실적인 캐릭터인 서석우와 영석의 경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들을 활용하여 계속해서 홀로 생존하려고 애를 씁니다. 결국 중간 정착지인 대전역에 도착하여 생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하차합니다. 하지만 뭔가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빠르게 판단한 영석의 윽박으로 열차는 출발하게 되고 야구부 매니저(안소희 분)를 제외하고는 좀비가 존재하는 칸으로 타게 됩니다. 그리고 간신히 화장실에 들어가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을 맞습니다. 석우와 윤상화(마동석 분)는 살아남은 야구부원(최우식 분)과 함께 성경(정유미 분)과 수안의 전화를 받고서 그네들을 구하러 가기 위해 팔에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다시 생존자들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가게 됩니다.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말 그대로 지옥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필사적인 고투 끝에 그 지옥은 빠져 나왔지만, 그들에게는 더 엄청난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공포와 방임이었습니다. 
 

영화의 상징 분석하기


가상의 도시, 진양
처음에 영화에서 등장하게 되는 지명인 진양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역입니다. 경상남도 진주시가 예전에 1995년도까지 진양군과 떨어져 있다가 합쳐지면서 지금은 진주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역입니다. 그리고 트럭기사가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보아 바이오 회사의 소재지는 바로 충청도입니다. 충청도는 현재 세종시의 정부종합청사나 대전 지역의 계룡대 등과 같이 국군의 주요 시설이 존재하는 지역입니다. 작품 속에서 석우는 부하 직원인 김대리와의 대화에서 ‘유성바이오’에서 이 사단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성은 다름 아닌 대전광역시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이 사태가 국가적인 연구와 군사적인 작전이 진행되는 곳인 충청도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시설에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였다는 데에서 아래의 도전 말씀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7편 37장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병겁이 들어올 때는 약방과 병원에 먼저 침입하여 전 인류가 진멸지경(盡滅之境)에 이르거늘 이 때에 무엇으로 살아나기를 바라겠느냐.



그리고 진양이라는 지명을 한자로 음차 표기한다면 다할 진盡, 볕 양陽자로도 해석해 볼 수 있을 텐데요. 표면적으로는 인류가 누려온 밝은 햇볕(양)의 시간이 다하고 어둠(음)의 시간이 찾아온다고 볼 수 있지만 진의는 ‘선천의 양의 시간이 마무리되고 후천 음도의 시간이 열리는 때에 숙살지기肅殺之氣가 터져 나오는 일(좀비 바이러스, 병겁)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 소요사태는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또 사회의 하층민들인 노숙자들에 의해서 전파되는 것을 배경으로 한 프리퀄(원작 배경의 또 다른 스토리) 애니메이션인 ‘서울역’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부조리와 빈곤에 대한 방임과 묵인을 통해서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은 인간 자신이라는 암묵적인 암시가 이 작품 전체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KTX여야 했는가?
열차라는 것은 출발하는 이상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공간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기차와 같습니다. 이러한 상징 기법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도 인류가 처한 재난적 상황을 상징하는 데 쓰였습니다. 특히 서울역과 KTX는 대한민국의 수도, 거기서도 가장 빠른 고속기차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배경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영화를 보다 보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케다 카요코, 매거진 하우스 지음, 국일미디어 출판)이라는 책 내용처럼 그 안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나 전 세계의 수많은 인간 군상의 한 단면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자신들도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고 사람들을 내쫓거나 공간을 밀폐시켜 버리는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로 들어가면 절박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자(좀비)들이 보여주는 비인간적이고 짐승적인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고 비슷한 모습인 양 그려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약하고 비열해지는가를 영화이긴 하지만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도리어 많은 희생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이 마지막 결말까지 서로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관객의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인간의 욕심과 참된 용기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조감해 볼 수 있는 점도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KTX의 번호는 101번인데요. 얼마 전 방송됐던 가수 연습생들의 데뷔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이 떠오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101은 입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 찾아온 최초의 청교도 101명(community 101)을 상징하는 것으로 신세계로 들어가는 개척자들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로드 킬
감독은 처음에 트럭기사와 방역요원의 대담 속에서 구제역과 같은 치료약이 없는 전염병 때문에 살아있는 돼지들을 파묻는 정부 각처에 대해 비판하는 장면을 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발현된 곳에서 고라니가 감염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수많은 전염병들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문명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매우 잔혹한 자연의 힘이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시작은 ‘진양’에서 바이오 회사의 실험 샘플이 유출되는 사태 때문에 검역을 받던 트럭이 고라니 한 마리를 치고 지나가는 모습에서 시작되는데요. 고라니는 도로에서 로드킬roadkill을 많이 당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삶이 빠르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 도로를 건설하고 그 길로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인간과 자연의 공존관계는 단절되어 버렸고, 그 빠르고도 무심한 속도에 많은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적인 대립은 이후에 영화에서 많은 상징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트럭에 치여 피를 흘리고 죽은 것만 같았던 고라니가 갑자기 깨어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조용한 자연이 잠에서 깨어나 분노로 우리를 공격하는 것 같다는 암시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 환경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할 만큼 급박하게 변해 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지구 환경변화의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질량 임계점), 임팩트 존impact zone,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는 4대강 사업과 시화호 개척 사업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서 강에는 녹조가 떼를 이루고, 살아있는 물고기들과 그 안의 해양생물은 죽어가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폐사한 것과 유사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마지막에 생존자들이 부산에 도착하는 순간에 강가에 둥둥 떠 있는 채로 죽어 있는 인간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 부산행은 KTX라는 공간 안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는 인간의 드라마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결정적으로 어떻게 출발하여 전염되었는지를 보여 주지 않고 있지만 감독의 장면 연출과 구성을 통해서 이 모든 사단은 자연의 가치를 무시하고 사욕을 채워 온 인간에 대한 경고임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Mark Jerome Walters는 그의 저서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에서 지구상의 환경에 대한 인간의 방종과 자만이 자연의 역습, 즉 전염병의 발병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전염병을 에코데믹ecodemic[eco(환경) + pandemic(전염병에 의한 공포)]이라 일컬으며 인간이 이러한 행태를 지속한다면 인류의 존재 자체를 절멸시킬 수 있는 전염병을 만나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타심의 나비효과
‘부산행’에서 돌아온 생존자들을 막으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떠올린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중국 영화인 ‘버스44’입니다. 버스를 운행하는 여기사를 건달들이 강제로 내리게 한 다음 성폭행을 하려 하자 그 버스의 승객 중 한 사람만이 내려 그 상황을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건달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버스기사에게 고맙다는 소리 한 번 못 들은 채 터벅터벅 목적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시간이 지나 절벽에서 마주한 광경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버스가 절벽에서 떨어져 결국 버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입니다. 실화를 각색한 것이라 더욱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 영화 초반에서 주인공인 서석우와 악역으로 등장하는 영석의 이성적 판단구조는 매우 흡사합니다. 결국 자신의 주변과 관련된 것만 유지되면 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상화와 함께하고 성경과 수안을 구하러 가면서 석우는 조금씩 변해 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석은 끝까지 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을 희생의 제물로 만들어 갑니다. 영화의 재미 때문에 결말을 차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상화를 통해 석우가 이타적이 되어 가고 함께하던 노숙자 역시 이타적인 행동을 합니다. 결국 이것이 최후에 생존자가 부산까지 도달하게 해 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영석과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수많은 이기적인 사람들의 생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알로하오에
석우의 딸 수안이 영화에서 부르는 한글 번안곡飜案曲은 하와이의 마지막 여왕이 작곡한 ‘알로하오에Aloha 'Oe’입니다. 그 노래를 통해서 수안은 아빠,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알로하오에’의 가사 내용은 우리가 지금은 헤어지지만 다시 만나리라는 내용으로 나라를 잃어버린 하와이왕국의 마지막 여왕인 ‘릴리우오칼리니’가 부르고 지은 노래였습니다. 나중에 이 노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인간으로서의 증명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이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감정을 노래에 담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고, 특히 이 알로하오에라는 노래를 통해서 일상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수많은 생존자들의 아픔을 담아내는 매우 상징적인 노래이며, 수안과 그 곁의 동료에게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는 영화적 장치입니다. 특히 노래를 동양의 한자말로 풀이하자면 ‘율려律呂’인데요. 수안이 어두운 동굴(개벽기의 실제상황)을 지나오면서 노래, 즉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노래(율려)를 부름으로 인해 생존자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은 상당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무서운 상황에서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는 것처럼,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전염과 멸망의 공포 속에 빠진 인간은 과연 어떤 노래를 불러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서석우는 중간중간 자신의 부하 직원인 김대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공유받다가 결국 자신과 김대리가 작업을 걸어 놓은 유성바이오에서 이 사단이 일어났음을 깨닫게 되고 김대리는 엄청난 자괴감에 빠집니다. 자신이 한 것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인데, 자신들이 생존시킨 그 기업에서 세상을 수많은 비극으로 이끌게 된 것입니다. 석우는 영화 초반에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 제3의 인물이 바로 유성바이오를 생존시켜야 함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방관자이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던 자신이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지어 버린 비극의 주체가 되었을 때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성공과 생존만을 위해 집중하고 노력해 온 자신의 시간이 너무나도 큰 나비효과가 되어 이러한 비극을 몰고 온다는 것은 전혀 예상조차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죄를 직접 저지르는 자도 죄인이지만, 그것을 무방비로 놓아둔 채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자도 역시 죄인입니다.

그렇게 죄를 짓고도 자기 살기에 급급한 인간이 가진 ‘탐욕‘이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에 대한 일화는 공자가 언급한 가상의 동물 ’탐’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영화 속의 인물인 석우와 김대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인류는 너무나도 많은 인간적인 가치를 방종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존은 점점 멀어져 가고 다시 총대를 메고 서로를 겨누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모습과 자신의 생존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KTX 열차 승객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나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것은 비단 저만의 착각일까요? 언젠가는 갑작스럽게 일어날지도 모를 일상의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존의 해법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나 아닌 누군가가 희생하고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나와는 상관없다는 이유로 그저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총평


‘부산행’은 기승전결이 쫀쫀하게 잘 짜여진 4량(량은 기차 한 칸의 단위)의 재난영화(병겁)입니다. 특히 이 이야기가 도달한 선천 말대의 혼란상, 좀비 바이러스가 자연의 역습일 수 있다는 시사성, 공포 속에서 방황하고 타락하거나 인간됨을 잊지 않고 극복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 그리고 그 배경에 담아낸 자연에 대한 상징이 매우 촘촘하게 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인간이라는 개체의 전멸을 위해 달려드는 감염자들의 모습 속에서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자연의 거대한 분노와 심판의 섭리를 느낄 수 있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존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처절한 분투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독자 여러분은 개벽의 실제상황을 예측해 보시고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심법과 대응책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감독의 코멘터리commentary를 전해드리며 마칠까 합니다. 그리고 감독이 말하는 ‘인생’의 의미를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선천 말대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의 생’이라고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좀비 문화는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현상이 되었습니다. ‘좀비Zombie’라는 말은 아이티 부두교의 비밀결사들이 복어의 독인 테트로독신을 이용하여 정신을 마비시키고 세뇌시킨 뒤에 강제로 부려먹던 사람들을 일컫던 용어로서, 1979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일종의 몬스터 개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후에 레지던트 이블, 28일 후, 워킹 데드,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 Z 등의 게임,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좀비가 등장했고, 대부분 좀비 등장 이후의 세상이 종말과 연관이 있다고 해서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의 좀비물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좀비의 특징 중 하나는 의학기관이나, 군사기관의 연구를 통해서 등장하는 ‘좀비 바이러스’이며 초창기의 매우 느리고 말 그대로 흐느적거리는 시체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매우 빠르고 강력한 변종 생명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부산행은 첫 번째 좀비영화는 아니지만, 블록버스터 자본이 들어가고 평단과 박스 오피스에서도 인정받은 유일한 좀비영화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좀비의 가장 큰 특징은 감염과 식인입니다. 특히 서양에서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좀비문화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공포에 떠는 것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도전 성구를 떠올려 볼 수 있겠습니다.
 

4편 48장
서교(西敎)는 신명을 박대하므로 성공치 못하리라. 이는 서양에서 신이 떠난 연고니라.



 

청교도 101명

1620년 9월 29일 영국의 종파주의자(English Sectanians) 60명, 승무원 6명 등 총 101명(남 72명, 여 29명)이 메이플라워Mayflower호를 타고 영국의 호리어스항을 떠났다. 2개월이 넘는 모진 고난의 항해 끝에 1620년 11월 9일 미국 메사추세츠 주 케이프코드Cape Cod 만에 도착하였다. 이들은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인디언의 습격에 대한 공포 속에서 첫해 겨울을 보내면서 거의 반수가 괴혈병, 폐렴 등의 질병에 걸려 죽었다. 1621년 2월 28일까지 50명이 세상을 떠나고 봄이 오기 전까지 하루에 2,3명씩 죽어 갔다. 그러나 청교도들은 개혁의 의지와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있다는 일념으로 윌리암 브래드포드William Bradford의 지도 아래 정착을 시작하여 열심히 개척하였다. (출처 : 미션매거진 [제5호] 2005년 11월 18일 (금) KCM기독교정보클럽에서 발췌)
 

11편 83장 2장
“세상 사람이 죄 없는 자가 없어 모두 제 죄에 제가 죽게 되었으니 내가 이제 천하 사람의 죄를 대신하여 건지리라.” 하시니라



 

■ 감독의 변辯

- 왜 부산으로 떠나는 KTX인가. 좀비영화는 원래 사회적 함의를 많이 담다보니 부산으로 떠나는 것도 많은 걸 상징하는데. 칸영화제에선 외신들이 ‘부산행’을 ‘설국열차’와 많이 비교하기도 했는데......

▶ 맞다. 좀비영화는 많은 걸 상징한다. 그걸 일일이 감독이 설명하는 건 무의미할 것 같다. 다만 칸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설국열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설국열차’는 순환선이고, ‘부산행’은 종착역이 분명한 열차를 탔다는 점이다.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이야기, 그 목적지가 안전한지조차 모르는 이야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그게 인생을 함축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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