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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 않는 우리네 숨결,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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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 운수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느니라.”(道典 2편 43장)
 
 우주의 시간도 지구의 시간도 진정한 가을로 들어서고 있다.
 
 여름 내내 자취를 감추었던 바람이 모습을 드러내고, 하늘은 쪽빛으로 높아지며 세상 가득 맑음을 선사한다. 형형색색의 낙엽은 하늘과 땅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인 걸까? 낙엽은 땅으로 떨어졌건만 오히려 하늘의 마음을 담은 맑은 빛을 발한다.
 언제나 곁에 함께 했건만 이제야 마음 추리니 대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세상은 넓고 음악은 시시각각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들 귀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귀에 이윽고 머물고 마음에 머물 수 있는 건 우리네 숨결 소리가 살아있는 ‘국악’이다. 그 중 ‘아리랑’과 ‘도라지’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1999년에 국내 최초로 결성된 가야금 오케스트라단인 <숙명 가야금 연주단>은 2000년 이 곡들이 담긴 앨범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요 선율인 아리랑과 도라지를 편곡하여, 새롭게 18현 및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하였다. 그로 인해 기존의 정적인 연주에 화려한 화성감과 풍부한 음향을 더해 주어 색다른 멋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아리랑’은 서정적이고도 흥겨운 아리랑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대비시켰으며, ‘도라지’는 다양한 리듬을 속도감 있게 변화시켰다.
 
 또한, 개량 가야금 ‘수용방법’의 하나로 개량 가야금을 위한 외국 곡의 번안(飜案) 작업을 시도하였는데,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음악인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제 1, 3악장이 그 대상이었다. 이 앨범에서는 25현 가야금으로 이 곡을 소화해 냈으며, [사계]의 연주매체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가야금(伽倻琴)이라는 악기는 오동나무의 몸통에서 울려나오는 섬세하고 청아한 음색과 명주실의 여운에서 느껴지는 은은함과 따사로움을 지니고 있다. 가야국(伽倻國) 이래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우리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은 사랑방의 협주악기로 [산조]라는 기악독주곡으로 전통음악 사회에서 각광받아 왔다.
 
 최근에는 가야금의 새로운 변용이 시도되면서 가야금의 크기와 줄(絃)의 굵기를 바꾸어 음역을 달리한 저음, 중음, 고음을 사용한 창작곡을 시도하였다.
  

 
 대표적인 음반으로 국내 최초로 가야금 중주단을 결성한 박현숙, 김해숙, 김일륜의 연주가 실린 <서울 새울 가야금 삼중주단>의 ‘제 15집’을 들 수 있다. 이 앨범에는 전통민요를 소재로 여러 변주곡을 만들거나 화성적 덧붙임을 한 곡, 전통리듬에 가야금 가락을 얹은 곡, 가야금의 현악기적 특성과 여운을 생각하며 가야금 삼중주로 편곡한 외국곡, 가야금이란 악기매체를 중시하며 전통에 얽매임 없이 새로움을 추구한 곡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음반에서는 3대의 가야금을 위한 사물놀이와 삼중주를 위한 시퀀스, 경복궁 타령, 신고산 타령, 도라지 타령, 방아 타령 및 경음악으로 변용되었던 자바의 민속가락을 다시 가야금 3중주로 편곡한 ‘자바’, 단순한 화음으로 성부진행의 아름다움을 구현했던 독일의 작곡가 파헬벨의 ‘캐논’ 등을 들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의 손맛 담긴 음식이 그리워지고, 가을이 되면서 그리움으로 묻어둔 옛 기억이 되살아난다. 세월 따라 빛이 바래기도 했겠지만 어느 것 하나 상처 없이 밝은 미소로 나를 반긴다. 아무리 맛좋은 바깥음식도 어머니의 손맛을 능가할 수 없고, 새로 경험하는 행복일지라도 오랜 추억보다 더 가슴 깊이 자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명 연주자들이 서양곡을 번안해서 연주한다고는 하지만, 아리랑과 도라지 타령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가락은 거슬림 없는 숨처럼 호흡을 편히 해준다. 국악은 역시 우리네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곡을 연주할 때 가장 국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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